자랑과 흔적
본문/갈라디아서 6:11-18
요절/갈라디아서 6:14 “그러나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결코 자랑할 것이 없으니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상이 나를 대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고 내가 또한 세상을 대하여 그러하니라.”
우리는 지난 2주에 걸쳐서 갈라디아서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잠시 정리해 볼까요? 하나는 복음의 본질을 나누었죠? 복음이 무엇입니까? 우리가 의롭게 되는 것은 율법을 지킴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되는 것이 복음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선한 행위로는 결코 의롭게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사야서 64장 6절에서는, 인간의 의를 ‘더러운 옷’과 같다고 했습니다.
또 하나는 그리스도인의 자유입니다. 우리가 믿음으로 의롭게 되어 진정한 자유인이 되었다면,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구원은 따 놓은 당상이니까 함부로 살아도 될까요? 아니죠? 성경은 우리가 주님의 피 값으로 얻는 자유를 사랑으로 서로 종노릇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성도는 이기적인 신앙생활을 할 수 없고, 서로 짐을 지라고 권면합니다. 더 나아가 성도는 육체의 소욕을 좇지 말고 성령의 열매를 맺으라고 강조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이미 나누었던 내용입니다.
본문은 갈라디아서의 결론입니다.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믿음으로 의롭게 된 성도의 진정한 자랑에 대해서 증거 합니다. 당시 율법주의자들은 그들의 행함을 자랑했습니다. 혈통이나 할례와 같은 인간적인 조건과 외모를 자랑했습니다. 하지만 사도 바울은 그런 것들을 배설물처럼 여겼습니다. 오히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결코 자랑할 것이 없다고 말합니다. 더 나아가 자신은 그리스도의 흔적을 가졌다고 고백합니다.
사람이 무엇을 자랑하는가를 보면, 그 사람의 현 주수를 알 수 있죠? 자랑하는 것을 들어보면 그 사람이 무엇에 관심이 많고, 무엇이 그를 사로잡고 있는 지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성도라면 무엇을 자랑하는 가를 통해서 그의 영적 가치관과 영적 상태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질문해 볼까요? 우리 성도님들은 주일 예배 후에 서로 교제할 때, 교제의 내용이 무엇입니까? 혹시 더 많은 소유와 더 좋은 인간조건이 나눔의 내용이 되고 있지는 않습니까? 물론 우리는 자신이 이룬 것이 자랑거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는 구원과 영생을 비롯해 모든 것을 주님으로부터 선물로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선물을 자랑하기보다 선물을 주신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십자가만을 자랑해야 합니다. 그것이 성도의 참된 가치관입니다. 우리가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받았다면 이제부터는 우리의 삶이 십자가를 자랑하는 성도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11절을 보면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 교회 성도들에게 “내 손으로 너희에게 이렇게 큰 글자로 쓴 것을 보라.”고 말합니다. 당시 헬라 문화권에서는 편지를 쓸 때, 대필자를 통해서 편지를 섰습니다. 그리고 편지의 마지막에 자신의 서명을 넣음으로써 편지의 진정성을 입증했습니다. 사도 바울도 갈라디아서를 쓸 때, 그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큰 글자로 쓴 것을 보라’는 것은 신학자들 마다 의견이 있지만, 대개가 내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바울 사도는 중요한 내용을 큰 글씨로 써서 다시 한 번 갈라디아 교회 성도들에게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이 갈라디아서에서 큰 글씨로 써서 강조하는 핵심은 바로 거짓 교사들의 정체를 분별하라는 것입니다. 갈라디아 교회 성도들을 미혹하는 율법주의자들의 정체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핍박을 면하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를 자랑하기 위함입니다. 거짓 교사들은 십자가를 부인하는 자들이 아닙니다. 십자가를 인정합니다. 그러나 거기에 한 가지를 더 하는 것입니다. 바로 할례입니다. 예수 믿고 할례를 받아야 구원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겉으로 보면 그들의 주장은 갈라디아 교회 성도들을 위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유대인 신자들 입장에서 볼 때 믿음으로만 의롭게 되는 것이 아니라 율법도 지키고 할례도 받아야 의롭게 될 수 있다는 것은 솔깃하게 들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도 바울이 볼 때 그들의 주장은 실상 육체를 자랑하려는 것입니다. 그들의 속셈은 사실 할례와 율법을 중시함으로써 다른 유대인들로부터 호감을 사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것을 통해 핍박을 면하려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사도 바울이 왜 그토록 핍박을 받았습니까? 십자가만 증거 했기 때문입니다. 유대인들이 볼 때 메시야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십자가를 하나님의 저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십자가만 전하는 사도 바울을 가는 곳마다 죽이려고 달려들었습니다. 만약 사도 바울도 십자가만 전하지 않고, 할례도 받고, 율법도 지켜야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증거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렇게 핍박을 받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히려 유대인들로부터 환영을 받았을 것입니다.
사실 할례 문제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날도 거짓 교사들은 이와 유사한 것들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바로 인간의 공로와 수고와 자격을 통해서 구원받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런 구원은 세상의 다른 모든 종교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세상의 대부분의 종교는 신에게 복을 받기 위해 우리가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행위를 강조합니다. 세상의 종교들은 윤리나 도덕을 통해 끝없이 자기 자랑을 합니다. 신을 자기 행위로 감동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복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복음은 우리가 구원 받기 위해 우리의 공로와 수고를 통해 하나님을 감동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아무리 선한 행위를 한들, 하나님께서 보실 때, 그것은 더러운 옷과 같습니다. 인간은 누구든지 하나님의 절대 선에 이를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런 인간들을 구원하시고자 이미 창세전에 구원의 계획을 세우셨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행위가 아니라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의롭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요한복음 3장 16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어떤 자격이나 조건이나 공로도 필요 없습니다. 우리가 값을 지불하고 받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의롭게 되는 것은 전적인 믿음이요, 전적인 은혜입니다.
이 복음을 영접한 사람은 자기를 자랑할 것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은혜로 값없이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앙의 경륜이 깊어질수록 성도들은 하나님의 은혜 외에 자기를 자랑할 것이 없습니다. 다른 것들은 모두 배설물이요 시시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에베소서 2장 8,9절에서는 이렇게 말씀합니다.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이는 누구든지 자랑하지 못하게 함이라.”
신앙은 우리의 공로로 하나님을 설득시키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복을 주시지 않으면 안 되게끔 덕과 선을 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죄인 중에 괴수와 같은 자들을 구원하시고자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보내신 그 은혜를 자랑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선을 행하는 것은 복을 따내기 위한 방편이 아닙니다. 우리가 선을 행하는 것은 우리를 구원하신 주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의 열매입니다. 이 감사의 열매가 바로 자발적 헌신입니다. 오늘 드리는 예배도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는 수단이 아니라 우리의 사랑을 표현하는 수단입니다. 할렐루야!
사도 바울은 14절에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결코 자랑할 것이 없다.’고 증언합니다. 이 말은 오직 십자가만을 자랑한다는 뜻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십자가를 자랑한다는 이 말은 사실은 1세기 당시에는 굉장히 충격적인 말입니다. 우리야 십자가의 의미를 알고 있기 때문에, 요즘은 십자가 목걸이도 하고 다니죠? 하지만 당시에 유대인과 이방인들에게 있어서 십자가는 그야말로 수치와 공포를 의미했습니다. 우리 시대에 맞게 말하자면, 그것은 사형 집행용 전기의자나 죄수의 목에 거는 밧줄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제가 십자가만 자랑 한다를, 요즘 말로 번역해 볼 까요? “나는 전기의자만을 자랑한다.” 공감이 가십니까? 십자가는 극악무도한 죄인을 심판하기 위한 사형 도구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그 십자가에서 처참하게 못 박혀 죽으셨습니다. 우리가 죄로 인해 그렇게 죽어야 하지만, 예수님께서 우리 대신 십자가에 못 박히셨습니다. 그래서 구원은 오직 은혜입니다. 십자가가 명백히 보여주는 것은 우리는 모두 다 악한 죄인들이라는 것입니다. 인간의 전적부패와 무능력을 보여줍니다. 인간 스스로의 행위로는 결코 구원받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십자가 앞에 설 때 자신이 자랑스럽게 여겨왔던 자랑들이 배설물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도는 이 놀라운 주님의 은혜를 감사하고, 십자가의 공로만을 자랑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 십자가만을 증언하며 살아가는 것이 성도의 삶입니다.
성도는 그렇습니다. 신앙생활을 할수록 자기 자랑이 없어집니다. 신앙이 성숙할수록 세상적인 것들을 자랑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신앙생활을 하는 삶의 근거가, 내게서 근거한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예수님을 믿고, 구원을 받고, 영생을 얻은 것이 내게서 출발한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래서 복음을 더 깊이 알아 갈수록, 십자가의 의미를 더 깊이 깨달을수록 자랑할 것이 없습니다. 자랑한다면 오직 십자가만을 자랑하게 됩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인간적인 조건이나 신앙적인 열심을 자랑하는 분들이 있죠? 이런 것들을 자랑하는 분들일수록 할 말이 많습니다. 그러한 자랑이 자칫하면 자기 의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도 우리의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라면, 감히 자랑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는 다만 주님의 자비와 긍휼을 의지할 뿐입니다. 그래서 복음의 본질을 깨들을수록 자기 자랑이 없어지고, 자기는 죄인 중의 괴수라는 고백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교회는 자기 자랑이 나와서는 안 되는 곳입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와 십자가만을 자랑하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십자가를 자랑한다는 것은 단순히 말이나 입술로만 십자가를 자랑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매일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가는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즉 우리의 죄악된 본성을 매일 십자가에 못 박고 자기가 죽는 것입니다. 여러분, 십자가만을 자랑하고 증언하는 성도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17절을 보면 사도 바울은, “내 몸에 예수의 흔적을 지니고 있다.”고 고백합니다. 여기서 흔적이라는 단어는 헬라어로 ‘스티그마’ 라는 말입니다. 노예의 몸에 새긴 낙인을 가리킵니다. 당시 노예들에게는 쇠로 된 도장을 만들어 불로 달구어서 낙인을 찍었습니다. 이것을 화인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를 통해 주인의 소유임을 증명했습니다. 그러므로 ‘예수의 흔적’이라는 말은 ‘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노예다, 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소유다.’는 뜻입니다. 노예라는 말은 자기 소유는 없고, 자기 삶이 철저하게 예수 그리스도께 예속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도는 자기 혼자서는 독자적인 삶을 살 수 없는 그런 존재입니다.
스티그마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사도 바울이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 하기 위해 새겨진 고난의 흔적입니다. 고린도후서 11장 23절-27절까지를 보면, 사도 바울이 복음을 전하다가 새겨진 고난의 흔적이 나옵니다. 그는 수고를 넘치도록 했습니다. 여러 번 옥에 갇혔습니다. 매도 수없이 맞았습니다. 여러 번 죽을 뻔했습니다. 강의 위협과 강도의 위험과 유대인들의 위협도 겪었습니다. 수고하며 애쓰고 자지 못하고 주리며 목말랐습니다. 이런 고난들은 사도 바울이 복음을 전하다가 새겨진 예수의 흔적입니다. 사도 바울이 이런 고난을 겪게 된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닙니다. 그가 예수 그리스도의 것이요, 예수 그리스도께 속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내 몸에 예수의 흔적을 지니고 있다.’ 는 사도 바울의 고백이 감동이 되면서도, 한편으로 실감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런 삶을 살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울의 고백에 다소 부끄러우면서도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가 사도 바울처럼 살아야 예수의 흔적을 지니게 될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역시 예수 그리스도의 것이고, 예수 그리스도께 속해 있다면, 우리의 평범한 일상도 실상은 예수의 흔적이 조각되어가는 것입니다.
제가 자주 언급하지만 성도의 삶이라는 것이 사실은 평범합니다. 극적인 일이 별로 없습니다. 우리는 어제한 일을 오늘도 반복해서 해야 합니다. 특히 우리는 자식들을 키우면서 온갖 일들을 경험합니다. 자식들을 신앙적으로 양육해야 하기에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자식들을 대학에 넣어 놓으면 취직이 걱정이고, 취직이 되면 결혼이 걱정입니다. 결혼시켜 놓으면 사네, 못 사네 합니다. 그것이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탄식입니다. 여기다가 우리가 믿음으로 살지만, 사실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우리는 해답을 알 수 없는 고난을 겪을 때도 자주 있습니다. 그래서 일상을 살다보면, 갈등과 고민과 탄식이 깊어집니다. 누군가는 이런 삶을 두고, ‘살기가 죽기보다 더 어렵다’고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평범한 일상도 낙심하지 않고 참고 믿음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결국 신앙생활도 알고 보면, 이런 평범한 일상을 믿음으로 살아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런 일상을 믿음으로 성실하게 살아갈 때, 우리 안에는 조금씩, 조금씩, 예수 그리스도의 흔적이 조각되어갑니다. 그러므로 여러분, 무엇인가 드라마틱한 신앙생활을 기대하지 마십시오. 그런 일은 별로 없습니다. 대신에 자기에게 주어진 평범한 일상을 믿음으로 성실하게 살아내는 성도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성도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 사는 자입니다. 우리가 오직 믿음으로 구원을 받았다면 다만 주님께만 감사와 영광을 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주님의 십자가를 자랑하고 증언하는 십자가의 전달자들이 될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