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서로 종노릇하라!
본문/갈라디아서 5:13-15
요절/갈라디아서 5:13 “형제들아 너희가 자유를 위하여 부르심을 입었으나 그러나 그 자유로 육체의 기회를 삼지 말고 오직 사랑으로 서로 종노릇 하라.”
우리는 지난 주 주일 메시지에서 믿음으로 의롭다하심을 얻는, ‘이신칭의’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복음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가장 놀라운 선물이 자유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모습과 상관없이 누구든지 예수 그리스도의 피를 믿음으로 담대하게 하나님의 보좌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죄와 율법의 모든 요구를 완성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도는 더 이상 죄와 율법의 종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 아래서 살아가게 됩니다. 신앙은 전적으로 ‘내가 한 일’에 근거하지 않고 ‘그리스도께서 하신 일’에 근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우리는 갈라디아서를 묵상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오직 믿음으로만 의롭게 된다면 그렇다면 우리의 행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인가, 소위 율법 폐기론입니다. 이 때문에 주님의 은혜가 값싼 은혜로 전락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 살든 구원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한국 교회를 병들게 만들고 있는 이신칭의의 오류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자주 강조하지만 믿음과 행함은 분리될 수 없습니다.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그래서 믿음은 행함이라는 열매로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믿음이 행함의 열매를 맺지 못한다면 그 믿음은 참 믿음인지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야고보 사도는 야고보서 2장 18절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너는 믿음이 있고 나는 행함이 있으니 행함이 없는 네 믿음을 내게 보이라 나는 행함으로 내 믿음을 네게 보이리라 하리라.” 우리가 믿음으로 의롭게 되고, 율법의 정죄로부터 자유하게 되었다면, 그 은혜에 대한 마땅한 반응은 행함이라는 열매를 맺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우리의 믿음을 검증할 수 있는 틀은 우리의 삶 속에 드러나는 행함입니다. 그 행함이 바로 주님의 은혜에 감사해서 행하는 자발적 헌신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의롭게 되고, 율법에서 자유하게 되었다면, 그 자유가 일상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야 할까요?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사랑으로 서로 종노릇하라고 권면합니다.
우리는 무엇이든지 먹고 마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자유가 보장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자유가 방종은 아닌 것입니다. 방종이란 아무 거리낌 없이 제 멋대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의 자유는 언제나 믿음이 약한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절제하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크리스천의 자유는 주님처럼 사랑으로 종노릇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천국 백성의 진정한 가치관입니다.
요즘 우리사회를 비춰주는 하나의 키워드가 있다면 소위 갑질입니다. 대표적으로 몇 사람을 꼽을 수 있는데요. 한 사람은 한 제약 회사의 회장입니다. 그는 휴대전화를 운전 중에 있는 기사에게 던지거나 조수석을 자주 발로 찼다고 하죠? 이러한 그의 폭언과 폭행으로 일 년 만에 세 사람이나 퇴사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갑질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한 육군대장과 그의 부인입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그들은 공관병들을 몸종 부리듯이 부렸습니다. 공관병에게 자기 아들의 속옷까지 다림질을 하게 했다고 하죠? 선물로 들어온 과일이 썩었다며, 그 썩은 과일을 공관병에게 던지기도 하고요. 공관병이 가사일을 제대로 못했다고 해서 40분 동안 베란다에 가둬놓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화가 나는 것은 그분들이 크리스천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예배 시간에 성경책을 펴놓고 경건하게 예배드리는 모습이 신문 지면을 장식했습니다. 한 공관병의 말에 의하면 사령관의 새벽기도 시간에도 잠을 자기 못하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근무시간이 초과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이분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이 매일 새벽기도를 하면서 무엇을 위해 기도했을까, 매 주일마다 예배를 드리면서 말씀 앞에 자신들의 삶을 어떻게 비춰보았을까 하는 것입니다. 수없이 사랑으로 종노릇 하라는 말씀을 들었으면서도, 정작 그 말씀을 그들의 삶에는 적용하지 않은 것입니다.
우리 13절을 다 같이 다시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형제들아 너희가 자유를 위하여 부르심을 입었으나 그러나 그 자유로 육체의 기회를 삼지 말고 오직 사랑으로 서로 종노릇 하라.” 이 말씀을 유진 피터슨의 메시지 성경에서는 이렇게 번역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그 자유를 방탕한 삶을 위한 구실로 삼지 마십시오. 여러분의 자유를 망치지 마십시오. 오히려 여러분의 자유를 사랑 안에서 서로 섬기는 일에 사용하십시오. 그것이야 말로 그리스도인들의 진정한 자유입니다.”
교회 안에는 보통 두 가지의 극단적 신앙 형태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율법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방종입니다. 지금 바울 사도는 갈라디아서를 쓰면서 이 두 가지 문제를 모두 의식하고 있습니다. 바울 사도는 앞에서 유대주의자들이 가르쳤던 율법주의의 오류를 지적해주었습니다. 그래서 바울 사도는 성도는 누구든지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자유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강조해왔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로 즉, 방종으로 치달아 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소위 ‘자, 이제는 먹고 마시자, 율법도 그 무엇도 나에게 명령할 수 있는 권위는 없어’ 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 지역의 교회들에게, 성도는 누구든지 자유를 위해 부르심을 받았지만 그 자유를 육체의 기회로 삼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육체의 기회로 삼지 말라는 것은, ‘육체의 욕망을 채우는 기회로 삼지 말라’는 말입니다. 대신에 그 자유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서로 섬기는 일에 사용하라고 말합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자유는 죄로부터 구원하신 자유지, 마음대로 죄를 지으라고 주신 자유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자유는 언제, 어디서든지 하나님께 자유롭게 나아갈 수 있도록 주신 자유이지, 언제, 어디서든지 자유롭게 죄를 지으라고 주신 자유가 아닙니다. 만일 우리가 죄에 대해 방종 한다면 우리는 또 다시 죄의 종으로 살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경이 말하는 참 자유는 본질적으로 죄로부터의 자유이지 마음대로 죄를 지을 자유가 아닙니다.
여기서 ‘종노릇’ 한다는 말은, 말 그대로 ‘노예가 되다’ 또는 ‘예속되다’는 단어입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이 당시 종들은 주인을 위해 하루 종일 굳은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주인을 위해 굳은 일을 하면서 얼마나 속상하고 화나는 일이 많았을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를 주장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종의 마땅한 본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사도 바울은 우리의 자유도 그렇게 서로 종노릇 하는데 써야 한다고 권면합니다. 나의 쾌락을 위해서 자유를 쓰지 말고 남을 위해서 사용하라고 합니다. 예수님 안에서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교회 공동체에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나의 자유가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핀잔을 받아서도 안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는 자유는 이기적인 방종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를 세우는 자유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사랑으로 서로 종노릇하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한 집사님은 서울의 작은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합니다. 그분은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분입니다. 한 번은 중국의 한 조선족에게 수출 대금을 받기 위해 직접 그를 찾아갔습니다. 그 돈을 받지 않으면 회사가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조선족을 만난 결과 당장에 대금을 줄 수 없으니, 다음 주 월요일에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난리가 났겠지만, 그는 그의 입장을 헤아려 기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주일예배를 드리기 위해서 다시 한국으로 왔습니다. 그 집사님을 보고 그 조선족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중국에서 자유롭게 예배를 드릴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기교회에서 예배드리기 위해서 시간과 돈을 투자한 겁니다. 그리고 자신의 형편을 헤아려 주는 그로 인해 그의 신앙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사업 파트너 이상으로 가까워졌습니다. 결국 그 조선족은 신실한 크리스천이 되었습니다. 그 집사님이 사랑으로 종노릇을 했을 때 그의 영혼을 얻게 된 것입니다.
사랑으로 종노릇하는 것의 우리의 진정한 본보기가 누구일까요? 바로 예수님이시죠? 그리스도의 십자가야 말로 사랑으로 종노릇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너무나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예수님이야말로 참으로 자유하신 분이셨습니다. 주님은 전능하신 하나님이시고 어느 피조물도 그분의 전능하신 자유를 제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어떤 권위도 주님께 무엇인가를 요구할 수 없습니다. 요한복음 10장 18절에서 말씀하신대로 예수님은 “목숨을 내게서 빼앗는 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버리노라. 나는 버릴 권세도 있고 다시 얻을 권세도 있는”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오히려 자기를 비어 종의 형체를 가지셨습니다.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 십자가에 죽기까지 복종하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사랑으로 서로 종노릇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죄와 율법으로부터 자유하게 된 사람들이 살아야 할 자유인의 모습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삶을 살아가도록 예수 그리스도께서 먼저 본을 보이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사랑으로 종노릇하는 것은 언제나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를 보는데서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는 사랑으로 종노릇할 수 없지만, 주님의 십자가의 사랑이 우리에게 부음 바 될 때, 우리로 하여금 사랑으로 종노릇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요즘 교회의 타락을 보면서 이상적인 교회를 꿈꾸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땅에 존재하는 교회는 이상적인 교회가 될 수 없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가 죄인인데 어찌 이상적인 교회가 만들어지겠습니까? 그건 상상 속에나 있는 것입니다.
기독교 역사를 보아도 그렇게 순결하고 깨끗한 교회가 없었습니다. 교회는 사랑하고, 배신하고, 충성하고, 험담하고, 세워지고, 무너지고를 반복해 왔습니다. 그래서 교회 공동체는 서로 상처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가장 영광스러울 때가 언제인가 하면 성도들이 서로 종노릇할 때입니다. 교회 공동체 안에 팔복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드러날 때가 교회는 교회다워집니다.
그러므로 교회 공동체 안에서 사랑으로 서로 종노릇하는 분들은 단순히 손해 보는 분들이 아닙니다. 마음이 좋아서 그렇게 사는 분들이 아닙니다. 그 분들이야 말로 진정으로 복되고 귀한 분들입니다. 이렇게 서로 사랑으로 종노릇할 때, 교회 공동체는 진정한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게 됩니다. 저는 우리 교회도 성도수가 얼마나 되느냐 보다, 진정한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실현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고린도전서 9장 19절에서 사도 바울은, “내가 모든 사람에게 자유로우나 스스로 모든 사람에게 종이 된 것은 더 많은 사람을 얻고자 함이라.”고 말씀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말은 ‘스스로’ 라는 단어입니다. 스스로란 말은 ‘자원함으로, 자발적으로’ 종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누가 시켜서 종이 된 것도 아니고, 억지로나 마지못해 종이 된 것도 아닌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진정한 자유인이었지만, 스스로 종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유대인들에게는 유대인들처럼 되었습니다. 율법 아래 있는 사람들에게는 율법 아래 있는 사람들처럼 되었습니다. 율법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율법이 없는 사람들처럼 되었습니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바울 사도는 돼지고기를 먹을 수 없었지만, 이방인들이 돼지고기를 먹으면 자기도 돼지고기를 먹었습니다. 사도 바울이 이렇게 여러 사람의 여러 모습이 된 이유는 바로 ‘그들을 얻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몇 몇 사람이라도 구원하고자 한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사람들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하기 위해 그들과 같이 되었고, 그들의 모습을 하였습니다. 그들의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속으로 들어가 살았습니다. 사도 바울의 최고의 관심과 가치는 영혼들을 얻는 것입니다.
교회는 단지 자신들의 유익과 친목을 위하여 모이는 곳이 아닙니다. 커피 먹을 장소가 부족해서 교회를 세우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되면 교회는 종교를 가장한 이익집단이 됩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가족 공동체입니다. 교회의 가족이 되었다는 것은 그리스도와 결혼하였음을 의미합니다. 이것을 신비적 연합이라고 말합니다. 가족이 되면 끊어지는 것은 죽음 외에는 없습니다. 가족 간의 문제가 있다고 해서 가족 관계를 끊지는 않습니다.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집안을 세워 갑니다. 이처럼 교회야 말로 하나님의 사랑을 눈으로 보여주는 실체입니다. 교회 공동체에는 신앙의 성숙도나 모습이 다양합니다. 신앙이 성숙한 분도 있고 신앙이 어린 분들도 있습니다. 이렇듯, 이런 다양한 분들이 저절로 관계가 깊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에는 많은 시간과 인내와 사랑과 헌신이 필요합니다. 가족으로 살아가는 훈련이 필요한 것입니다.
만일 한 집에 사는데도 그 사람이 가족인지, 남인지 알지 못한다면 얼마나 우스울까요? 가족 간에도 갈등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한 가족이라면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야 합니다. 고난도 그렇습니다. 나의 고난에만 집중하지 마십시오. 비록 그 고난이 상대적일지라도 서로의 고난을 나누고 서로를 존중하십시오. 그것이 가족의 진정한 아름다움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교회의 가족이라면 이기적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배려하고, 기다려주고, 서로를 돌아보는 것입니다. 삶의 무거운 짐을 진 성도가 있다면 그 짐을 함께 지는 것입니다. 그것이 가족이고, 서로가 사랑으로 종노릇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의롭게 되고, 율법에서 자유하게 되었다면, 사랑으로 서로 종노릇하는 성도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서로를 돌아보고, 시간과 재정을 흘러 보내는 참된 가족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