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복음은 없다!
본문/갈라디아서 1:1-10
요절/갈라디아서 1:6 “그리스도의 은혜로 너희를 부르신 이를 이같이 속히 떠나 다른 복음을 따르는 것을 내가 이상하게 여기노라.”
지난 몇 년 동안 제가 끝임 없이 묵상하고 고민했던 주제는 복음과 율법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복음으로 인해 기뻐하고 자유하기 보다 율법적인 신앙생활에 젖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한국 교회 대부분의 성도들이 그럴 것입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경건하게 살고자 기도하고, 성경을 읽고, 봉사에 힘쓰면 어떻습니까? 이것이 잘 되면 우리는 주님과 좀 더 가까운 느낌이 듭니다. 반면에 이것이 실패하면 주님과의 관계가 멀어진 것 같고 자책하게 됩니다. 만일 우리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신앙의 승패가 결정된다면, 신앙생활은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달려 있게 됩니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우리의 신앙은 자칫하면 율법주의로 흐르기 쉽습니다.
율법주의는 모든 것이 내게 달려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율법주의는 내가 행해야 할 내용입니다. 그러니까 율법적인 신앙생활의 주체는 자기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율법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온전히 지킬 수 없습니다. 결국 율법적인 신앙생활의 결과는 정죄요 판단입니다. 하지만 복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복음은 모든 것이 예수 그리스도께 달려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복음은 우리가 믿고 누려야 할 내용입니다. 그러므로 신앙생활의 주체는 자기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십니다. 성도는 내 노력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율법을 온전히 성취하셨기 때문에, 율법이 더 이상 우리를 정죄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복음을 영접한 성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기쁨과 자유입니다.
갈라디아서는 종교개혁의 책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갈라디아서에는 이신칭의 즉,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게 된다.” 는 종교개혁의 핵심이 잘 나타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종교개혁가인 마틴 루터는 ‘나는 갈라디아서와 결혼했다.’고 까지 말했습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마틴 루터는 에르푸르트의 수도원에 들어가서 구원을 얻기 위해 철야기도와 금식과 온갖 고행을 했습니다. 훗날 그는 “만일 누군가가 수도승으로서 천국을 얻을 수 있다면 나는 진정으로 그 가운데 한 사람이었을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어느 날 마틴 루터는 로마 라테랑 성당의 28개의 빌라도 계단을 무릎으로 기어 올라갑니다. 그의 무릎에서는 피가 흘렀습니다. 그는 한 계단, 한 계단 오를 때마다 주기도문을 암송하고 계단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어떤 기쁨이나 자유함도 없었습니다. 이런 그가 갈라디아서에 나타난 칭의의 복음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신앙생활은 지난 한 주도 내가 얼마나 경건생활에 힘썼느냐에 따라서 좌우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얼마나 성경대로 살았느냐에 따라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더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의로워지고 구원 받은 근거는 우리의 행위에 있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처럼 사랑하시는 유일한 근거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우리 죄를 대속하시기 위해서, 우리를 이 악한 세대에서 건지시기 위해서 자기 몸을 드리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이 복음을 의지하고 붙잡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복음의 영광에 감사하고 기뻐함으로 예배하는 성도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갈라디아서는 사도 바울이 갈라디아 지방에 있는 여러 교회들에게 쓴 편지입니다. 갈라디아 지방은 소아시아 지역을 말하죠? 사도행전 13장, 14장에 보면 갈라디아 지역은, 비시디아 안디옥, 데베, 루스드라, 이고니온 등입니다. 사도 바울이 주로 1차 전도 여행을 통해 복음이 증거된 곳입니다. 그런데 바울이 갈라디아 지역을 떠난 지 얼마 후에 유대 율법주의자들이 갈라디아 교회를 찾아왔습니다. 이들은 사도 바울이 전했던 복음과 전혀 다른 내용을 증거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만이 의롭게 되는 것이 아니고, 할례도 행하고 율법도 지켜야 의롭게 될 수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은혜를 무의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교회를 소란케 하고 복음을 변질시켰습니다. 한 마디로 다른 복음을 전한 것입니다.
그래서 7절을 보면,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 교회 성도들에게 “다른 복음은 없다.”고 강력하게 책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다른 복음이라고 하니까 선택 가능한 또 다른 복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다른 복음은 없습니다. 복음은 시대를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지난 2천년 동안 수많은 성도들이 믿어 온 복음은 오직 성경에 계시된 복음 하나입니다. 그 복음은 바로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죄를 대속하시기 위해, 우리를 이 악한 세대에서 건지시기 위해서 자기 몸을 드리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갈라디아 교회 성도들을 넘어뜨린 ‘다른 복음’이란 무엇일까요? 우리가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율법주의를 말하죠?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만이 의로워질 수 없고, 율법도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율법주의는 당시 율법적인 문화에서 살아 온 성도들에게는 큰 유혹이 되었을 것입니다. 우리도 그렇죠? 40일 금식하고, 하루에도 여러 시간씩 기도하고, 늘 성경을 읽는 사람들이 경건하게 보입니다. 반면에 그렇게 살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분들 앞에만 서면 주눅 듭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항상 초점이, 내가 무엇을 행했는가, 내가 얼마나 헌신했는가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가 아무리 선하게 살고자 한들 율법대로 온전히 살 수 있습니까? 우리의 선행은 의로움의 조건이 될 수 없습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행위와 자격으로 하나님 앞에 설 수 없습니다. 제가 아는 한 사람이 이런 고백을 했습니다. “목사님, 수련회의 유효기간이 딱 3일이네요.” 그는 수련회에서 은혜를 받고 뭔가 다르게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하지만 수련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그 순간부터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말 안 듣는 자식들로 인해 속이 상할 대로 상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은, 하도 화가 나서 설거지통에 쌓아 놓은 그릇을 향해 컵을 던졌습니다. 이로 인해 그릇이 세 개나 깨졌다고 했습니다. 그는 그것을 통해 수련회의 유효기간이 3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인간의 결심이라는 것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가를 경험한 것입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말씀을 통해 ‘한방 크게’ 은혜를 받아 놓고 돌아서면 ‘한방 크게’ 죄를 지음으로 다 쏟아버리는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새겨야 할 것은 율법은 우리가 지켜서 구원받으라고 주신 것이 아닙니다. 율법은 오히려 우리의 실패를 드러내기 위해서 주어진 것입니다. 한 마디로 너 자신을 알라는 것입니다. 율법을 지킬수록 우리가 얼마나 악하고, 무능한 자인가를 깨닫게 합니다. 그래서 율법은 우리 자신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거울입니다. 우리는 율법을 통해 매일 우리의 자격이나 선행으로는 결코 의로워질 수 없다는 것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탄식합니다. 사도 바울을 보십시오. 그토록 경건하게 살고자 했던 사도 바울도 로마서 7장 24절, 25절에서 이렇게 호소합니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 그런즉 내 자신이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육신으로는 죄의 법을 섬기노라.”
그렇다면 복음은 무엇입니까? 갈라디아서 2장 16절을 보면 이렇게 선포합니다. “사람이 의롭게 되는 것은 율법의 행위로 말미암음이 아니요,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는 줄 아노라.” 여러분, 여기서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게 되는 것을’ 네 글자로 어떻게 표현하죠? ‘이신칭의’라고 하죠? 갈라디아서에서 ‘의, righteousness' 라는 말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쉽게 풀이하면, ‘죄가 없다고 인정을 받았다.’ 또는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맺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이신칭의는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우리를 하나님 앞에서 죄 없다고 여기시는 하나님의 법정적 선언’입니다.
여기서 볼 때, 칭의는 우리의 신분에 변화를 주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의롭다 하심을 얻어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의롭게 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만일 사람이 자기 행위와 노력으로 의롭다는 인정을 받게 된다면 그것은 은혜가 아니고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것을 로마서 4장 5절에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일을 아니할지라도 경건하지 아니한 자를 의롭다 하시는 이를 믿는 자에게는 그의 믿음을 의로 여기나니” 일을 안 했다는 말은 그가 구원과 관련해서, 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경건하지도 않은 자들입니다. 경건하지도 않은 자들을 아무 한 일도 없이 오직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을 보시고 의롭다고 선언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느 누구도 구원에 관해서는 자기 의를 자랑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예수님을 믿고 의로워졌지만 실제 모습은 어떻습니까? 여전히 죄성이 강하죠? 성질은 여전하고, 한 사람도 품고 사랑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우리의 정체성은 분명히 죄에 대해서 죽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죽을 몸을 덧입고 있습니다. 그래서 겉으로 볼 때 우리는 예수 믿고 나서도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매일 신앙적으로 갈등하고 탄식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결코 낙심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비록 그럴지라도, 우리의 신분은 여전히 의로운 하나님의 자녀들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의롭다함을 받은 근거가 무엇입니까? 우리의 행위가 아니죠?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피 입니다. 그래서 로마서 3장 25절에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선언합니다. “이 예수를 하나님이 그의 피로 인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은 화목 제물로 세우셨으니”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의 피를 믿는 성도는 누구든지 예수 그리스도의 의를 소유한 자입니다. 한 마디로 성도의 의는 완전한 의라는 것입니다. 카톨릭에서는 성도의 완전한 의를 부정합니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의 의에다가, 다른 성인들의 공로를 첨가시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성도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온전히 의로워진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때로 실수하고, 넘어질지라도, 우리의 의는 결코 변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의로운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구원이 흔들릴 수 없습니다. 이것이 복음입니다.
여러분, 오늘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의롭다고 하실 때, 우리의 행위를 보시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보시는 것은 우리를 위하여 흘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피입니다. 하나님은 이 피를 믿는 믿음을 보시고 우리를 의롭다고 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이러한 것입니다. 내 공로와 선행과 그 어떤 것으로도 하나님의 진노와 율법의 저주 아래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을 통하여 모든 율법의 저주와 하나님의 진노에서 벗어나게 하셨음을 믿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우리의 느낌이 어떠한가, 무엇을 체험했느냐, 얼마나 거룩한가가 아닙니다. 오직 우리의 죄를 위해 피 흘리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입니다. 그리고 이 믿음도 우리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택하신 자들에게 주시는 선물입니다. 그러므로 구원도 하나님의 선물이요, 믿음으로 살아가는 성도의 모든 삶도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우리가 오늘도 주님을 위해서 봉사하고 헌신하고 있다면 그것도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래서 구원 얻은 성도의 진정한 감사와 기쁨이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종교다원주의 시대죠? 다원주의이라는 말은 의로워질 수 있는 길이 여러 가지란 말입니다. 그래서 모든 종교들은 행위를 강조합니다. 자기가 하기 나름이라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지성으로 신을 섬깁니다. 그러한 지성을 통해 구원을 따내려고 합니다. 심지어 요즘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도 다른 복음을 전합니다. 목사님들의 설교를 들어보면, 본문의 내용과는 전혀 다른 말씀을 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복음을 선포하지 않습니다. 설교의 많은 부분이 만담으로 때워버립니다. 그것도 아니면 예수 믿으면 출세하고 복 받는다는 기복적인 내용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복음이 아닙니다. 복음은 우리가 무엇을 행할 것이냐가 아니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무엇을 행하셨느냐 하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은 끝임 없이 예수님께서 행하신 일을 의지하고 붙잡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교회에서 흘러나와야 하는 메시지는 성공이 아닙니다. 신비도 아닙니다. 복음입니다. 복음만이 우리를 살리고 교회를 살립니다.
여러분, 우리가 거룩하게 살려고 하면 할수록 우리는 실패를 경험할 것입니다. 말씀대로 살려고 하면 할수록 우리는 형편없는 자신을 보게 될 것입니다. 쉽게 화내고, 여전히 냉정하고, 이기적인 자신을 보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신앙생활을 할수록 탄식과 갈등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성경적으로 보면 그것이 참된 성도의 모습입니다. 성도는 이 땅에서 계속되는 실패를 경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행위를 붙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대속하시기 위해 자기 몸을 드리신 예수 그리스도를 붙드는 것입니다. 지금도 우리를 의롭다고 인정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가 우리를 매일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하시는 것입니다.
저는 우리 성도님들의 일상이 얼마나 고단한지 잘 압니다. 때로는 매일 반복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압니다. 우리가 성도로 살아가지만 일상에서 채워지는 것은 다이나믹하거나, 굉장한 사건이 아닙니다. 대부분이 어제나 오늘이나 비슷한 상황들이 지속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의로운 존재라는 것과 우리의 구원은 결코 흔들릴 수 없다는 것을 새기고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택하시고 구원하신 이상, 하나님은 구원이 완성되는 그 날까지 우리를 이끌고 가실 것입니다. 매일 복음의 영광과 은혜를 적극적으로 누리시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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